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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생각하는 시 모음>

by Rara posted Mar 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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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천 시인의 ´인생이란´ 외

+ 인생이란

남기려고 하지 말 것

인생은
남기려 한다고 해서
남겨지는 게 아니다

남기려고 하면 오히려
그 남기려는 것 때문에
일그러진 욕망이 된다

인생이란 그저
사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말 아니다
(윤수천·시인, 1942-)


+ 있는 힘을 다해

해가 지는데
왜가리 한 마리
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저녁 자시러 나온 것 같은데

그 우아한 목을 길게 빼고
아주 오래 숨을 죽였다가
가끔
있는 힘을 다해
물 속에 머릴 처박는 걸 보면

사는 게 다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이상국·시인, 1946-)

 

+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박용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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