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인생을 생각하는 시 모음

by Rfgjugf posted Mar 10,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을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김용택·시인, 1948-)

 

사람의 문장

사람의 일생은 물음표로 시작되네
물음표 태아는 스스로 찢어 손발을 만들고
자궁 밖으로 나온 손발은 펜촉이 되어
시간을 종이 삼아 문장을 쓰네

사람의 첫 문장은 울음이네
첫 문장이 나쁘면 다음 문장도 나쁜 법
늘 틀린 문장과 틀린 답을 쓰다가 파지만 내다가
병상에 물음표로 눕네

병상 위에 물음표로 구부러진 손가락
물음표로 오그라드는 몸통
물음표로 끝을 흐리는 임종 전 목소리
그러다 마지막 문장을 비명으로 쓰네

사람의 일생은 물음표로 시작되어
물음표로 끝나네
사람의 문장은 울음으로 시작되어
비명으로 끝나네.
(공광규·시인, 1960-)

 

출처 - 인생을 생각하는 시모음 

 

http://www.joungul.co.kr/poem/poem1/%EC%9D%B8%EC%83%9D_60114.asp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