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환영합니다.
미주 한인 뉴스

[원문] https://news.koreadaily.com/2022/04/11/society/generalsociety/20220411210516726.html

 

[Los Angeles]

입력 2022.04.11 21:05 수정 2022.04.12 09:49

 

“스왑밋 지붕에서 18일 밤낮을 총 들고 지켰죠”

 

폭동 중심지 '슬라우슨'서 34년째 비즈니스 크리스틴 나 사장
폭도 300여명 진입 시도, 총격으로 위협하며 막아
한인 업주들 지역사회 인식, “한인사회 상기해야 할 역사”

 

사우스 LA 슬라우슨 수퍼몰에서 34년째 남성용 구두 매장 ‘레더 하우스’를 운영하는 크리스틴 나 사장. 김상진 기자

사우스 LA 슬라우슨 수퍼몰에서 34년째 남성용 구두 매장 ‘레더 하우스’를 운영하는 크리스틴 나 사장. 김상진 기자

 

사우스 LA 지역에 있는 대형 스왑밋 ‘슬라우슨 수퍼몰’은 LA폭동 당시 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지역적 특성에다 고객 대부분이 흑인이라는 점 때문에 가장 먼저 방화와 약탈이 우려됐지만 다행이 예상은 빗겨갔다.  
 
그 뒤에는 생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건물 지붕에서 밤을 새워 총을 들고 몰을 지켰던 한인 업주들이 있었다.
 
지금도 이 곳에서 ‘레더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던 크리스틴 나(64) 사장은 “당시 18일 동안 업주들이 번갈아 가며 지붕에서 총을 들고 지켰다”고 회고했다.  
 


 

슬라우슨 수퍼몰 현재 모습. 김상진 기자

슬라우슨 수퍼몰 현재 모습. 김상진 기자

 
만능 백화점 ‘슬라우슨수퍼몰’
 
슬라우슨과 웨스턴에 있는 ‘슬라우슨 수퍼몰’은  당시 지역 멋쟁이들의 쇼핑 명소였다. 한인이 건물주였던 이 몰 안에는 의류, 신발, 주얼리, 뷰티 서플라이 등 120~130개 업소가 있었다. 업소 주인의 90%가 한인이었고, 고객의 95%는 흑인이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만능 백화점’이었지만 가격은 백화점의 60% 수준. 게다가 현금을 내면 깎아주고 한인 업주들은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했다. 좋은 물건, 저렴한 가격, 기분 좋은 쇼핑을 경험한 고객들은 곧 단골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패션 브랜드인 ‘뱅뱅 패션’의 디자이너로 일했던 나 사장은 25세에 미국으로 이민 와 덴탈 테크니션으로 일하다 돈을 모아 마켓을 운영했다. 하지만 슬라우슨 수퍼몰에 돈이 몰린다는 소문을 듣고 남편(제이슨 나)과 함께 3만여 달러를 투자해 다 망해가는 의류 업소를 인수했다.      
 
1988년 고급 드레스 슈즈, 인도산 실크셔츠, 가죽 제품을 판매하는 ‘레더 익스프레스’를 오픈하자마자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패션 디자이너로 일한 안목으로 고른 제품이어서인지 입소문이 나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러다 몰 안에 여성용 신발점은 많지만 남성용은 없다는데 착안해 고급 남성용 구두 전문점으로 품목을 전환했다. 건물주가 가죽 전문점을 제안했다. 가죽 재킷을 169.99달러라는 당시로서는 비싼 가격에 팔아도 재고가 판매를 따라가지 못했다. 크리스마스를 지나니 돈이 보였다. 하루 1만 달러를 벌기도 했다. 곧 투자한 돈 이상을 회수했다. 폭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슬라우슨 수퍼몰은 나 사장을 비롯해 한인 업주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소중한 생업의 터전이었다.  
 
가까스로 몰 탈출
 
1992년 4월 29일 오후 4시쯤 몰 안이 시끌시끌했다. 몰 입구 근처 매장에서 주차장을 내다보니 심상치 않았다. 어디선가 “폭동인가 봐”라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 없이 혼자서 가게에 있던 나 사장은 얼른 그날 장사한 현금을 가방에 재빠르게 넣고 바로 건물을 나와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주차장은 폭동을 감지하고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뒤엉켰다.  
 
나 사장은 “간발의 차로 돌이 날아오는 주차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뒤에 있던 차는 폭도들에게 둘러싸였다”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폭동 발생 3일째. 폭도 300여명이 몰 주차장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건물을 지키고 있던 시큐리티 가드들을 향해 “브라더”를 외치며 다가왔다. 시큐리티 가드들은 아무리 ‘돌아가라’고 외쳐도 폭도들이 해산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하늘을 향해 공포탄을 쐈다. 폭도들은 해산했지만 업주들은 불안했다. 이민 와 힘들게 일군 소중한 생업의 터전이 불타거나 약탈당하지 않으려면 온몸으로 막아야 했다. 업주들은 번갈아 가면서 지붕에 올라가 총을 들고 총 18일 동안 밤낮으로 슬라우슨 건물을 지켰다.  
 
덕분에 직접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업주들은 각각 600~800달러씩 모아서 위험을 무릅쓰고 함께 남아 지켜준 시큐리티 가드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8일 만에 문을 연 슬라우슨 수퍼몰의 분위기는 예전과는 달라졌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쇼핑몰 입구를 지키던 시큐리티 가드들은 입장하는 손님들의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몰 안은 안전했지만 주차장에서 구타를 당하고 현금이나 귀중품을 뺏겼다는 업주들 소식도 늘어났다. 또 다른 폭동이 발생할까 봐 불안감을 느낀 일부 업주들은 서둘러 비즈니스를 팔고 나갔다.  
 
고객과의 관계 정립 시작
 
폭동이 지나간 후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업주들 사이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 사장은 “나부터 비즈니스 운영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폭동 이전에는 성실하고 이익에만 신경을 썼다면 폭동 후에는 흑인 고객들에게 좀 더 친절해졌고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신발 재고가 생기면 슬라우슨 지역 커뮤니티에 기부하기도 했고, 흑인 고객들에게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리기 위해 한복을 입고 한식을 제공하는 ‘오퍼레이션 나이트’ 이벤트도 진행했다.  
 
나 사장은 LA폭동 2년 뒤인 1994년에 슬라우슨 수퍼몰에 두 번째 매장인 ‘레더 하우스’를 열었다. 원래는 한국에 살던 가족들이 이민 와서 같이 운영하기로 했었던 매장이었지만 가족들이 폭동을 겪고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나 사장과 남편이 각각 맡아 운영해야 했다. 하지만 두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에 2008년 첫 번째 매장을 정리하고 지금의 가게만 남겼다.    
 
나 사장이 슬라우슨 수퍼몰에서 가게를 운영한 지 34년째. 이제 이곳에도 LA폭동을 겪고 남아 있는 업소는 나 사장을 포함해 3~4곳에 불과하다.    
 
나 사장은 “당시 폭도들이 몰려와 인근 경찰서에 연락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힘이 없는 민족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체험한 순간이었다”며 “30년이 지났지만 LA 폭동은 한인사회가 함께 상기해야 할 역사다. 지속적인 한인 정치력 신장으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영 기자

# 429특집

 

[원문] https://news.koreadaily.com/2022/04/11/society/generalsociety/20220411210516726.html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87 한인 뉴스 힐러리로 전국 항공기 수백 편 취소·지연 report33 2023.08.22 149
2986 한인 뉴스 히죽대며 비아냥…타운 유튜버 주의…히스패닉계 남성, 무단 촬영 report33 2023.09.04 225
2985 한인 뉴스 흔들리는 바이낸스..정리해고 수십명 아닌 1천명 이상 report33 2023.07.15 138
2984 한인 뉴스 흑인남성, 안면인식기술 오류로 도둑으로 몰려 6일간 옥살이 report33 2023.09.26 244
2983 한인 뉴스 흑인 차별 배상 위원회에 임명된 아시안, 반대시위에 사임 report33 2023.08.31 204
2982 한인 뉴스 흑인 인어공주에 세계적 '별점테러'.. 개봉 첫주 수입 2천500억원 report33 2023.05.31 250
2981 한인 뉴스 휴스턴에서 30대 후반 남성, 이웃집에 총격 가해 5명 살해 report33 2023.04.29 190
2980 한인 뉴스 휴가철 코앞인데 호텔·항공료 주춤세..'보복 소비' 끝? report33 2023.06.15 226
2979 한인 뉴스 휴 잭맨, 13살 연상 부인과 결혼 27년 만에 결별 report33 2023.09.18 196
2978 한인 뉴스 휘발유보다 싸서 갈아탔는데…"충전비만 50만원" 전기차주 한숨 report33 2023.05.16 228
2977 한인 뉴스 후추 공격보다 매웠다…韓70대 노인 왕펀치에 美강도 줄행랑 report33 2023.06.08 236
2976 한인 뉴스 후방 카메라 영상 작동 오류…혼다, 오디세이 등 120만대 리콜 report33 2023.06.26 196
2975 자바 뉴스 회사 기밀 유출 한인에 “ 450만불에 배상 “ 판결 report33 2023.02.16 1001
2974 한인 뉴스 환율, 1,370원 돌파…정부 개입에도 속수무책 (radiokorea 이수정 특파원) report33 2022.09.07 264
2973 한인 뉴스 환각버섯,LSD,케타민..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 마약 의존" report33 2023.06.29 147
2972 한인 뉴스 화학물질 덩어리 캔디, 젤리류 CA서 유통 금지된다 report33 2023.05.17 253
2971 한인 뉴스 화씨 70도 찍은 바다 온도.. 관측 이래 최고치 report33 2023.04.27 209
2970 한인 뉴스 홈리스-마약 중독자 사역하는 '빅터빌의 천사' report33 2023.09.20 244
2969 한인 뉴스 호주, 이달부터 환각버섯·엑스터시로 정신질환 치료 허용 report33 2023.07.04 199
2968 한인 뉴스 현빈·손예진, 부모 된다…"소중한 생명이 찾아왔어요" (연합뉴스 06.27.2022) file report33 2022.06.28 187
2967 한인 뉴스 현대차·기아 330만대 리콜…"엔진 부품 화재 위험" report33 2023.09.28 200
2966 한인 뉴스 현대인들의 '불안' 다스리기..LA한인회 오늘 워크샵 개최 report33 2023.09.27 143
2965 한인 뉴스 현대·기아, GM·벤츠·BMW와 '충전동맹'…美 3만곳에 충전소 report33 2023.07.27 199
2964 한인 뉴스 헤커 "韓 자체 핵무장은 정말 나쁜 생각…핵없는 한반도 돼야" report33 2023.05.12 250
2963 한인 뉴스 헐리웃 파업 5개월 째.. “실업수당 지급하라” report33 2023.09.11 142
2962 한인 뉴스 헐리웃 작가 파업 3개월 만에 협상.. "제작자측 요청" report33 2023.08.03 160
2961 한인 뉴스 헐리웃 작가 파업 113일째.. 제작사측, 협상안 공개로 압박 report33 2023.08.24 211
2960 한인 뉴스 헐리웃 묘지에 고양이 8마리 버려져, 새 주인 찾는다 report33 2023.09.25 248
2959 한인 뉴스 헐리웃 나이트클럽 경비원 폭도들에게 무참히 맞아 사망 report33 2023.07.31 227
2958 한인 뉴스 헐리웃 '빅쇼트' 주인공, 미국 하락장에 16억달러 '베팅' report33 2023.08.18 162
2957 한인 뉴스 헐리우드 대치극, 101번 프리웨이 양방향 전차선 폐쇄 file report33 2022.11.11 246
2956 한인 뉴스 헌팅턴비치 마스크 착용•코로나19 백신접종 의무화 금지 report33 2023.09.07 159
2955 한인 뉴스 헌터 바이든, 탈세·불법 총기소지로 기소..혐의 인정 합의 report33 2023.06.21 155
2954 한인 뉴스 헌터 바이든 특별검사 임명, 비리혐의 수사 다시 받는다 report33 2023.08.14 190
2953 한인 뉴스 헌터 바이든 ‘유죄시인 대신 실형모면, 사법매듭 반면 정치논란’ report33 2023.06.21 206
2952 한인 뉴스 허물어진 '금녀의 벽'…여군 장교·부사관, 3000t급 잠수함 탄다 report33 2023.06.26 238
2951 한인 뉴스 허리케인으로 다저스, 에인절스 경기 토요일 더블헤더로 열린다. report33 2023.08.19 188
2950 한인 뉴스 허리케인 덮친 하와이 산불…6명 사망, 주민들은 바다 뛰어들었다 report33 2023.08.10 192
2949 한인 뉴스 허리케인 ‘힐러리’로 인해 LA 등 남가주 주말행사 대거 취소 report33 2023.08.21 242
2948 한인 뉴스 허리케인 ‘힐러리’, 카테고리 4 격상.. 남가주 위협 report33 2023.08.19 239
2947 한인 뉴스 행콕팍 지역 라치몬트 길서 버려진 유모차 안 아기 발견 report33 2023.09.13 204
2946 한인 뉴스 해외직구 관세도 모바일로 납부…다음달 부터 시행 report33 2023.08.30 177
2945 한인 뉴스 해외 첫 평화 소녀상 세운 글렌데일시, 10주년 특별전 report33 2023.08.01 217
2944 한인 뉴스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에게 보국훈장 '광복장' 추서 report33 2023.07.21 129
2943 한인 뉴스 해고 물결에.. 고용주 사업 수행 '부정적 심리' 커진 직원들 report33 2023.08.30 16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7 Next
/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