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환영합니다.
미주 한인 뉴스
조회 수 11 추천 수 0 댓글 0

[특파원 시선] '캘리포니아 드림' 어디 가고…시련의 美 서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1995년 한국에서 개봉돼 큰 인기를 끈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홍콩 영화 '중경삼림'에서는 미국 록그룹 마마스 앤드 파파스의 1960년대 히트곡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이 주요 테마곡으로 등장한다.
홍콩 가수 겸 배우 왕페이가 연기한 영화 속 여주인공에게 캘리포니아는 팍팍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이상향으로 그려졌고, 이 영화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그 시절 이 영화에 열광했던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노래 가사는 화자가 어느 추운 겨울날 길을 걷다 캘리포니아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내가 로스앤젤레스(LA)에 있다면 안전하고 따뜻할 텐데"(I'd be safe and warm If I was in L.A.)라는 구절이 특히 인상적이다.
필자 역시 10대 시절 이 영화와 노래를 접한 이래 캘리포니아에 대한 '환상'을 키워왔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캘리포니아의 대표 도시 LA에서 특파원으로 살게 되면서 이 지역의 현실을 몸소 마주하게 됐다.
 


무엇보다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캘리포니아의 날씨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캘리포니아에는 11차례에 걸쳐 폭우·폭설이 쏟아졌다. 한 번에 사나흘씩 이어진 폭우가 석 달간 거의 매주 닥친 것이다.
역대급 강수량 기록을 남긴 폭우·폭설로 침수를 비롯해 정전, 고립, 교통사고 등이 이어지며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태평양에서 발원한 좁고 긴 비구름대가 미 서부에 잇달아 비를 뿌려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의 강'(대기천·atmospheric river)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많이 발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LA에 정착한 지 오래된 교민들은 "여기서 수십 년 살았지만, 이렇게 혹독한 날씨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 이상한 날씨를 대비하지 못한 행정 당국과 주민들은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 폭설로 고립된 산간 마을에 당도하기 위해 제설작업으로 길을 뚫는 데 열흘이 넘게 걸렸고, 50여년간 정비하지 않고 방치한 강의 제방이 폭우로 무너지면서 홍수 피해를 더 키우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 사는 LA 카운티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가 잇달았다. 특히 지은 지 50∼80년이 지난 데다 방수 설비가 거의 되지 않은 주택이 상당수여서 폭우에 취약했다.
필자 역시 LA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누수 피해를 겪어야 했다. 197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는 내부 리모델링 공사와 페인트칠 덕에 겉으로는 깔끔해 보였지만, 입주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이틀 내내 폭우가 쏟아지자 빗물이 집 안으로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어 며칠 뒤에 또 폭우가 닥쳤고, 빗물은 거실 마룻바닥 틈새로 역류해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방 두 개 중 하나는 빗물로 바닥의 카펫이 모두 젖어 곰팡이가 피면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폭우가 이어진 3월 중순까지 주택가를 지나다니다 보면 빗물을 막으려고 지붕에 누더기처럼 군데군데 비닐 포장을 돌로 얹어놓은 집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기후 변화'가 낳은 그로테스크한 풍경이었다.

겨울과 봄에 걸쳐 석 달가량 이어진 대기천 현상은 태평양의 해수 온도 상승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년 주기로 일어나는 엘니뇨(남미 페루 서부 열대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와 그 반대인 라니냐 현상이 점차 불규칙하게 나타나면서 태평양 주변 지역에 이례적인 기후 현상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까지는 캘리포니아에 3년간 가뭄이 이어져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하고 주요 수원지인 콜로라도강이 일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여름에는 다시 극심한 폭염이 닥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름다운 해변과 따사로운 햇살, 산들바람에 야자수 잎이 경쾌하게 흩날리는 풍경이 더는 캘리포니아의 일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낙원과도 같았던 캘리포니아의 이상적인 날씨가 머지않아 흘러간 팝송과 함께 그리워해야 할 추억의 대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출 처:[특파원 시선] '캘리포니아 드림' 어디 가고…시련의 美 서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2 한인 뉴스 CA 읽고 쓰기 교육 심각한 수준, 4학년 전국 32위 report33 2023.08.14 12
441 한인 뉴스 CA 의사당에서 총격 피해자 발견 report33 2023.06.13 14
440 한인 뉴스 CA 음식물 쓰레기 폐기법, 내년(2022)부터 시행 file report33 2021.11.22 38
439 한인 뉴스 CA 변호사협회, 변호사 1,600명 이상 무더기 자격정지 report33 2023.07.31 11
438 한인 뉴스 CA 마리화나 TF, 사상 최대 단속 작전 통해 대규모 적발 report33 2023.08.14 14
437 한인 뉴스 CA 랜드연구소 "심해지는 기후위기에 미군 작전능력까지 타격" report33 2023.05.31 12
436 한인 뉴스 BTS 키운 방시혁 의장, 2640만불 LA저택 매입 report33 2023.04.20 12
435 한인 뉴스 BTS 슈가 입대 "방탄 노년단 될때까지 만나요" report33 2023.09.25 15
434 한인 뉴스 Baldwin Hills에서 ‘노숙자 이동’ Inside Safe 작전 실시 report33 2023.07.02 12
433 한인 뉴스 Apple, 주가 5% 가까이 폭락.. 2분기 실적 부진 영향 report33 2023.08.07 14
432 한인 뉴스 Amazon, 예상치 넘어선 실적발표 호조에 주가 급등 report33 2023.08.07 10
431 한인 뉴스 AI로 폭발한 GPU 수요 "美 코로나 때 화장지만큼 구하기 힘들어" report33 2023.05.30 13
430 한인 뉴스 AI 발달에 '부적절 내용' 걸러내는 업무↑.. "직원들 트라우마" report33 2023.07.24 14
429 한인 뉴스 Acton Fire, 어제(7월3일) 오후 발생.. 14 에이커 전소 report33 2023.07.05 14
428 한인 뉴스 AAA, 주유비 절약하는 '꿀팁' 공개 report33 2023.09.20 14
427 한인 뉴스 9월말까지 예산안 처리 못하면 셧다운..연방 공무원 수십만명 급여중단 위기 report33 2023.09.26 14
426 한인 뉴스 9살에 美대학 입학한 소년, 3년만에 5개 학위로 졸업…학점 3.92 report33 2023.05.30 13
425 한인 뉴스 9번째 불법이민자 버스 LA 도착..캐런 배스 “폭풍 속 보내다니..사악” report33 2023.08.23 11
424 한인 뉴스 9·11테러 후유증 사망 소방관, 당일 현장서 숨진 대원과 맞먹어 report33 2023.09.27 11
423 한인 뉴스 8천 에이커 전소시킨 ‘래빗 산불’ 진화율 45% report33 2023.07.19 15
422 한인 뉴스 8월 소비자물가 CPI 3.7%↑…고유가에 전월대비 상승 report33 2023.09.14 14
421 한인 뉴스 8월 소매판매 전월대비 0.6%↑…기름값 상승 여파 report33 2023.09.15 14
420 한인 뉴스 83살 펠로시 내년 총선 나서.. 고령정치인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 report33 2023.09.11 14
419 한인 뉴스 80세 파킨슨병 노인 등 태운 버진갤럭틱 첫 우주관광비행 성공 report33 2023.08.11 11
418 한인 뉴스 80대 바이든 백전노장 정치 9단이냐, 불안한 노약자냐 report33 2023.06.06 13
417 한인 뉴스 7월부터 웨스트 헐리웃 최저임금 19.08달러 report33 2023.06.13 11
416 한인 뉴스 7월부터 '간병인 서비스' 전자방문확인서 제출해야..LA한인회 세미나 연다 report33 2023.06.09 50
415 한인 뉴스 7월 전국 주택거래 줄고 집값 상승세 지속 report33 2023.08.23 14
414 한인 뉴스 7월 소비자물가 3.2%↑…전월대비 소폭 상승 report33 2023.08.11 11
413 한인 뉴스 7월 소매 판매 0.7% 증가…경제 연착륙 기대 강화 report33 2023.08.16 11
412 한인 뉴스 7월 민간고용 32만4천개 '깜짝' 증가.. 전망치 2배 육박 report33 2023.08.03 12
411 한인 뉴스 7월 무역적자 650억달러, 전월대비 2%↑..3개월 만에 확대 report33 2023.09.07 9
410 한인 뉴스 7월 PCE가격지수 전년대비 3.3%↑…6월대비 소폭 상승 report33 2023.09.01 23
409 자바 뉴스 7년 전 자바시장 돈세탁, 탈세혐의 기소 한인업주 1억달러 추징, 1년 징역형 선고받아 report33 2021.12.13 101
408 한인 뉴스 730 피트 다리에 매달린 19살 소년, 1시간 이상 버틴 끝에 구조돼 report33 2023.09.25 22
407 한인 뉴스 70대 남성, 벤추라서 이틀간 조난 후 구조돼 report33 2023.08.10 9
406 한인 뉴스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 사실상 엔데믹, 완전한 일상회복 선언 report33 2023.05.11 12
405 한인 뉴스 6월 성소수자의 달 기념 깃발, 사상 최초로 LA 카운티 청사 게양 report33 2023.06.02 14
404 한인 뉴스 6월 부터 '만 나이', 한 살씩 어려진다…국민 80% 우려한 일 report33 2023.05.01 11
403 한인 뉴스 6월 무역적자 655억달러.. 전월대비 4.1%↓ report33 2023.08.09 13
402 한인 뉴스 6월 CPI 3.0% 전망치 하회/근원 CPI도 4%대로 뚜렷한 하락세/Fed 7월 금리인상 유력 report33 2023.07.13 12
401 한인 뉴스 6월 '월렛허브 경제 지수' 소비자 재정 전망 밝아져/미 자동차 시장 상승 중 report33 2023.07.06 14
400 한인 뉴스 6개 OC 학교, 美 연방교육부 선정 모범학교에 포함 report33 2023.09.21 13
399 한인 뉴스 65세 이상 16만 명 치매•인지장애 report33 2023.05.05 15
398 한인 뉴스 60살 전에 당뇨 앓으면 치매 위험 3배 높아진다 report33 2023.05.31 1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65 Next
/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