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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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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고온에 긴 일조 5월 최적 조건
빠른 증식에 바쁘게 보내던 중
앙헬, 한국서 힘들다 중도귀국

도착후 "농장부터 가자" 기특
'3주 유학'이었지만 소득 많아
농부로 성공ㆍ실패 이유 같아
사람ㆍ환경 관리가 결과 좌우

한국에서 3주간 딸기농사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앙헬(오른쪽)이 옥스나드 농장에서 동료 호세에게 한국의 재배 방식으로 러너를 꽂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사진 크게보기

한국에서 3주간 딸기농사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앙헬(오른쪽)이 옥스나드 농장에서 동료 호세에게 한국의 재배 방식으로 러너를 꽂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 그린 하우스 자재의 구입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농장으로 향했다. 사진과 CCTV로 계속 관찰은 하고 있었으나, 모종의 상태가 어떤지 항상 걱정이 됐었다.
 
농장에 가니 다행히 한국을 가기 전보다 러너(어미 딸기에서 뻗어나온 줄기)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있었다. 기대 이상의 성장 속도에 기뻤지만, 관리상태는 엉망이었다.  
 
러너를 자묘포트에 1번 라인부터 순서대로 꽂지않고 여기저기 손이 닿는 대로 마구 휘묻이를 해 놓은 것이다. 한국에 가기 전 거의 이주 동안 수없이 가르쳤고, 어려운 일도 아닌데 엉망인 상황에 한숨이 나왔다.
 
딸기의 러너가 잘 나오는 조건은 일명 '고온장일(높은 온도와 긴 일조시간)'이다. 5월말의 옥스나드는 기온이 높고 햇볕이 좋아 러너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자식을 보듯 사랑스러운 눈길로 새로 나온 러너들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는 더하기와 곱하기가 반복되었다.  
 


이 속도로 자란 러너를 한국에서 들어오는 자재로 지은 그린 하우스에 옮겨 심으면 내년에 몇 주까지 증식할 수 있는지를 계산하고 또 계산했다. 이미 머릿속으로는 향후 10년의 계획이 그려지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필요한 과제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앙헬 중도에 돌아오다
 
당장 통관에 필요한 서류들을 정리하고, 한 달 동안 못 본 모종의 관리에서부터 향후 확장을 위한 토지를 확보하는 일까지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던 와중에 한국에 있는 앙헬에게서 문자가 왔다.
 
한국에서 필요한 것은 다 배웠으니 미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이휘소 박사와 같은 천재도 아니고, 딸기가 자라는 시간이 있는데 3주 만에 다 배웠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말이다.  
 
한국 농장의 노대현 사장에게 전화를 하니 노사장도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제 겨우 러너를 유인하여 핀으로 고정하는 작업 정도만 배웠다는 것이다. 앙헬과 통화하면서 "네가 아직 배울 게 많고 힘들게 한국을 갔으니 제대로 배워서 오라"고 타일렀지만 듣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언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냐'는 문자가 왔다. 급기야는 앙헬의 부인이 전화가 왔다. 앙헬이 급하게 미국에서 처리할 일이 생겨서 빨리 들어왔으면 한다는 것이다.
 
노 사장과 상의를 하니, 최소한 삽목(가지를 잘라 딸에 꽂아 뿌리를 내리게 하여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번식방법)을 하고 자라는 것까지는 보고 가야 할 것 같으니, 열흘은 더 있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앙헬에게 이를 설명하고 설득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왜 빨리 돌아와야 하는지 솔직히 얘기하라고 하니,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아기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필자도 2년 가까이 미국에 혼자 있으면서 입에 맞지 않는 멕시칸 음식을 함께 먹으며 평생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데, 고작 3주 만에 그런 소리를 하니 은근히 화가 났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랑 같지는 않다.  
 
어차피 들어오겠다는 사람 억지로 놔둔다고 해서 크게 얻을 것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한국 회사에 연락해 가능한 빠른 날짜로 비행기표를 바꾸어 앙헬을 미국으로 보내라고 했다.  
 
영어도 한국어도 전혀 못 하는 앙헬이기에 진주에서 노 사장이 버스를 태워 보내면 서울의 인사담당 이사가 남부터미널에서 인천공항으로 모셔가 체크인까지 해 주고, 앙헬이 도착하는 날 아침에 필자가 LAX로 가서 앙헬을 픽업하기로 했다.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바로 농장으로

 
5월30일 아침, 앙헬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LAX로 픽업을 갔다. 비행기가 예정보다 한 시간 먼저 도착한다고 나와 아침잠을 설치며 나왔다. 도착했다는 앙헬의 문자를 받고 한 시간도 더 지난 후에 앙헬은 밖으로 나왔다. 이민국에 줄이 길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차에 타자마자 앙헬은 모종이 걱정된다며 농장부터 가자고 했다. 전날 저녁을 제대로 안 먹었던 터라 아침을 먹고 가자고 했더니, 비행기에서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며 빨리 농장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자기 배가 부른 주인은 종의 배고픔을 알지 못하니 그냥 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말 못해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가는 내내 차 안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 댔다. 호세가 보낸 사진을 보니, 물을 너무 많이 준 것 같다는 얘기부터 한국의 재배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 가면서까지 설명하기에 바빴다. 한 달도 못 채우고 중도에 돌아왔지만 도착하자마자 농장부터 가자는 것이 기특했다.
 
두 시간을 달려 옥스나드에 도착하니, 농장 입구부터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친구들을 부르며 난리가 났다. 자기 세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거의 뛰어내려 그린 하우스로 들어가면서 '치클레(호세의 별명으로 스패니쉬로 껌이라는 뜻인 것 같다)'를 불렀다. 그리고는 인사도 제대로 않고 한국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여주며, 한국 방식으로 러너 꽂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국에 3주 갔다 왔으니 망정이지 두 달 다 채우고 왔으면 한국식 딸기 농사 학원을 차린다고 했을 것 같다. 그래도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국식으로  작업하라고 가르쳐도 자기 방식을 고집하더니, 한국에서 보고 와서 달라진 모습을 보니 절반은 성공했다는 위안이 됐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성공과 실패의 이유는 같다

 
점심도 먹지 않고 종일 한국식으로 러너를 정리한 앙헬은 다음날 아침 6시부터 나와서 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한국에서 배워 온 것을 바탕으로 회사의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앙헬은 딸기를 키우는데 애정이 많고 열정적인 친구다. 그것이 이 친구를 한국으로 보내서 교육시켜 키우려고 결심한 이유였다. 세상에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고, 도전 정신이 뛰어난 사람도 있고, 성실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열정이 지속되고 노력으로 이어질 때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 친구의 열정을 살려 주기 위해 필자도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농장으로 갔다. 아직 20대인 앙헬은 뭘 하나 마칠 때마다 불러서 자기가 한 것을 보여줬고 필자는 그때마다 어김없이 칭찬을 해 주어야 했다.
 
이 친구의 이 열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고 한국에서 중도에 포기한 것 이상으로 실망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의 많은 지인과 선배들에게 이곳 사람들에 크게 기대를 가지고 투자를 하지 말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다.  
 
실제로 한국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을 때가 많고 그러한 조언들을 실감할 때도 많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그들을 성장시키지 못하면 사업도 성장할 수 없다고 본다.
 
사람과 환경의 차이를 인정하고 시스템을 통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뢰를 쌓고 사람을 키우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외국에서 성공한 분들과 실패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유는 동일했다. 그 나라 사람들과 환경 때문이었다. 결국 성공과 실패는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내 몸에 사리가 생기더라도 사람과 식물을 키우는 길을 선택한 이상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려 한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출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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