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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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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한국산 설비 3주 만에 LA 도착
하루 일찍 배달, 벼락치기 준비

10m 길이 파이프 한묶음이 1톤
손으로 500묶음 일일이 빼낸 뒤
지게차로 나머지 파이프들 하역

다 내리고나니 지을 일이 태산
키운 딸기 컨테이너 출하 상상
사람ㆍ기회 얻었으니 그저 감사

1. 컨테이너에 실린 쇠파이프를 손으로 일일이 옮기는 작업.

1. 컨테이너에 실린 쇠파이프를 손으로 일일이 옮기는 작업.

2. 쇠파이프 묶음 500개를 손으로 내린 뒤에야 지게차를 이용해 나머지 파이프들을 빼낼 수 있었다.

2. 쇠파이프 묶음 500개를 손으로 내린 뒤에야 지게차를 이용해 나머지 파이프들을 빼낼 수 있었다.

컨테이너 3대 드디어 도착
 
한국을 떠난 3대의 컨테이너가 3주 만에 롱비치 항구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옥스나드의 현장은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컨테이너의 자재들을 내릴 공간과 쇠파이프를 임시로 보관할 야적장과 작업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그린하우스를 지을 부지의 주변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고 지반이 약해서 땅을 다지고 쇠파이프를 올릴 나무를 받쳐야 했다.
 
3대의 컨테이너가 한번에 농장에 도착할 경우, 한정된 장비와 인력으로 하역 작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시차를 두고 이틀에 걸쳐 배달 되도록 일정을 조율하였다. 금요일인 지난 15일 오전 8시에 한 대, 오후 1시에 한 대, 다음날 토요일 오전 8시에 나머지 한 대가 도착하는 걸로 하고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요일 저녁 늦게 통관업체에서 연락이 와서 한대가 하루빨리 목요일 오후에 배달된다는 것이었다.
 


아직 컨테이너 하역 공간 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상태라 난감했다. 나의 농부 일기는 벼락치기의 연속인 듯싶다. 어쩔 수 없이 다음날 새벽 옥스나드로 가서 작업을 서둘렀다. 그런데 급히 뭘 하면 평소에 생기지 않던 일들이 꼭 발생한다.  
 
땅을 다지는 기계는 개솔린으로 작동하는데, 기술자 한 명이 개솔린 대신 디젤을 넣었다. 수십 년 경력자가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하필이면 개솔린이라고 적힌 통에 디젤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기계를 뒤집어 연료를 모두 부어 냈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세 명이 번갈아 가며 줄을 당겨 댔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엔진 아래의 노즐을 풀어 연료를 모두 빼내고 난 다음에야 겨우 시동이 걸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게차가 땅에 빠졌다. 트랙터로 체인을 연결해서 끌어내고, 끼니를 거르며 작업한 끝에 컨테이너 도착 시간에 딱 맞춰 준비가 끝났다.
 
극한 작업, 쇠파이프 내리기
 
제일 먼저 도착한 컨테이너에는 15톤이 넘는 쇠파이프가 실려 있었다. 애초 생각은 지게차 두 대를 동원해 한 대는 파이프를 끌어내고 다른 한 대는 가운데를 받쳐 들어 옮기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묶음이 1톤이 넘는 쇠파이프는 서로 붙어 있어 파이프를 당겨 낼 벨트를 넣을 공간이 없었다. 결국은 사람의 힘으로 해야 했다. 흔히들 '빠루'라고 부르는 쇠 지렛대로 공간을 만들고 나무 토막을 집어넣은 후에 벨트를 묶었다. 그리고 지게차로 힘껏 끌어 보았지만, 쇠파이프는 쉽게 빠져나오지 않았다.
 
일명 '까대기(무거운 물건을 손으로 분류하여 옮기는 일)'의 시간이 온 것이다.  
 
글라인더로 철판 바인딩을 자르고 10미터 길이의 쇠파이프를 일일이 손으로 꺼내서 옮기기 시작했다. 약 500개의 쇠파이프를 손으로 빼서 옮기고 난 후에야, 지게차로 쇠파이프 묶음을 끌어낼 수 있었다. 예정된 두 시간의 두 배인 4시간이 넘게 걸려 모든 짐을 내릴 수 있었다. 작업이 끝났다는 기쁨도 잠시, 내일 또 한대의 컨테이너가 도착한다는 사실이 두려워졌다.
 
다음날 새벽 현장을 가니, 박 이사가 오늘 오는 컨테이너에는 쇠파이프가 없기를 밤새 기도했다고 한다. 불길했다. 경험상 대체로 기도는 반대로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두 번째 컨테이너에도 10톤이 넘는 쇠파이프가 바닥에 깔려 있었다. 심지어 더 굵고 무거웠다.
 
하지만 전날 충분히 경험을 하며 노하우가 생겨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고생을 한 이유는 장비 때문이다.  
 
한국에서 쇠파이프를 싣는 지게차는 크기도 크고 힘이 좋을뿐더러 포크(Fork)가 길어서 한번에 컨테이너 끝까지 쇠파이프를 넣을 수 있다. 그런데 쇠파이프를 실을 때 묶어 놓은 벨트를 컨테이너에 그대로 두면 내릴 때 이용할 수 있는데, 재사용을 하려고 다시 풀어 빼냈기에 하역할 때는 다시 벨트를 묶어야 한다.
 
앞으로는 쇠파이프를 수입할 때 견인용 벨트 값을 따로 준다고 그대로 넣어서 보내라고 해야 할 듯 싶었다. 이번 작업에서 깨달은 또 다른 '욕심'은 장비였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들
 
농사를 지으면서 평소에 느끼지 못한 위대한 발명품들을 많이 실감하게 된다. 이번 하역 작업에서 실감한 위대한 발명품들은 컨테이너와 지게차다. 어릴 적 아버지의 공장에서 물건을 수출하기 위해 컨테이너가 들어오면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던 생각이 난다.
 
1970년대 후반, 한국은 수출로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당시 컨테이너는 꿈이자 희망이었다.
 
컨테이너는 글로벌 경제에 기여한 공이 큰 발명품이다. 컨테이너로 인해 운송 시간이 단축되고 대량 수송이 가능해져서 물류의 혁신이 일어났다.  
 
컨테이너의 역사는 채 백 년이 되지 않는다. 1955년 트럭 운송회사 대표인 '말콤 맥린'은 배 안의 낭비되는 공간을 줄이기 위해 트럭을 상자에 넣어서 운반을 했고, 이것이 컨테이너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맥린'은 전 재산을 투자해 트럭을 실을 수 있는 배를 두 척 매입하여 엄청난 성공을 하게 된다. 그는 세계 무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며 인류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컨테이너 운송 방식 도입 이후, 배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유럽에서 호주까지의 운송시간을 70일에서 34일로 줄이게 되었다고 한다. 컨테이너는 이제 항구, 창고, 철도, 트럭 등 모든 물류에서 사용되며 글로벌 물류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또 하나의 위대한 발명품인 지게차는 영어로는 '포크리프트(forklift)'라고 하지만, 지게차라는 용어가 참 적절한 것 같다. 지게차의 포크는 마치 지게의 원리와 같다. 그런 면에서 지게차의 시조는 한국의 지게가 아닐까 하는 억지 추측을 해 보게 된다.  
 
지게차의 탄생은 1917년이라고 알려져 있고, 대표적인 지게차 생산기업인 클라크사는 2017년 지게차 탄생 100주년 행사를 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많은 자재들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때마다 지게차는 필수적인 장비로 큰 도움을 준다. 만일 지게차가 없었다면 어떻게 일을 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게차로 물건을 편리하게 옮길 수 있게 만들어진 팔레트 또한 위대한 발명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우리가 평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많은 분야에서 필요로 인한 수많은 발명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발명이 인류를 발전시킨다는 것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나는 행복한 사람
 
우여 곡절 끝에 3대의 컨테이너가 태평양을 건너 옥스나드까지 잘 도착했고, 그 안에 실려온 자재들도 모두 무사히 내려져 그린 하우스의 건설을 기다리고 있다. 자재를 내리고 이제 힘든 일이 끝났다는 생각도 잠시, 이 자재들로 그린하우스를 지을 일이 태산같이 느껴졌다. 한 동에 10에이커가 넘는 스마트 팜을 짓는 기업도 있고, 하루에도 몇 대의 컨테이너로 물건을 들여오는 기업도 많다. 그런 기업들에 비하면 필자가 지금 하는 일은 소꿉장난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일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그 중요성도 작지는 않다. 단지 그런 기업들보다 시작이 늦었을 뿐이다.  
 
새로운 일을 하나하나 진행해 가면서 힘듦보다는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필자가 일을 편하게 할 수 있게 위대한 발명품들을 만들어 준 사람들, 먼저 습득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사람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준 세상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 땅에서 앞으로 재배될 딸기를 쇠파이프를 내렸던 지게차로 들어올려 쇠파이프를 실어온 컨테이너에 실어 내보내는 그날을 상상하며, 이 순간을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아낌없이 땀을 흘리려 한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jmoon717@gmail.com

 

 

 

출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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